집값 100%로 전세 얻던 시절
전세대출은 원래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를 "집값 상승 주범"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왜 이런 전환이 일어났는지 짚어봤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꺼낸 문제의식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전세대출을 거의 무제한으로 해줬다"며 "급기야는 집값 100%로 전세를 얻는 경우도 100% 보증이나 대출을 해주니 사기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이 다른 곳에 전세를 얻는 상황까지 대출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100% 보증이 만든 구조적 허점
전세대출은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주택금융공사(HF)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같은 기관이 이를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보증비율이 100%에 가까웠던 시절엔, 은행 입장에서 세입자가 대출을 못 갚아도 손실을 보증기관이 전부 메워줬기 때문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할 유인이 약했습니다. 이 구조가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 전세보증금 자체를 밀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입니다.
보증비율을 낮추면 은행이 직접 떠안아야 할 부실 위험이 커집니다. 그러면 은행은 자연히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출 실행 자체가 까다로워지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보증비율 조정을 규제의 핵심 수단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가 먼저 타깃이 된 이유
3월 말 기준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잔액은 약 4조9천억원에 달합니다. 이미 집이 있는데도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사는 이 그룹은, 실수요보다는 투자·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방 근무나 자녀 교육처럼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을 비워둔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투기 수요로 단정하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어, 예외 인정 기준이 별도로 마련될 예정입니다.
무주택자를 향한 신중한 접근
흥미로운 건 정부 스스로도 무주택자에 대한 DSR 확대 적용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주택자·비거주자를 먼저 조이면서도, 무주택 청년과 취약계층에는 오히려 보증비율을 높이거나 LTV 상한을 올려주는 특례를 함께 검토하는 것도 이런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결국 이번 규제 강화는 전세대출 전체를 조이는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한 대출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며 대상을 정교하게 나누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