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받기까지의 여정
베니스에서 트로피를 든 '가능한 사랑'이지만,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난색을 표한 자리를, 결국 넷플릭스가 채웠습니다.
배우 출연료를 낮췄는데도 돌아온 거절
이창동 감독은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에 이 영화의 투자를 타진했습니다. 배우들의 양해를 구해 출연료까지 크게 낮췄지만, 투자사들은 손사래를 쳤다고 알려졌습니다.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의 신작임에도, 상업성 면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예산 지원사업, 받고도 자진 취하하다
이 영화는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서 다군(제작비 60억~80억원 구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이 지원금을 자진 취하했습니다. 지원금보다 더 큰 그림, 즉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제작과 배급을 택한 셈입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에게 오래전부터 눈독 들여왔던 넷플릭스에게 이창동 감독은 영입 1순위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상업적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확보하고 싶은 이름이었다는 뜻입니다.
제작비 상승과 극장 선개봉이라는 절충안
넷플릭스 투자가 확정되면서 애초 극장 개봉 기준으로 예상됐던 80억원 이하보다 제작비 규모도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건 순수 스트리밍 공개가 아니라, 9월 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고 11월 6일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프랑켄슈타인', '아이리시맨' 같은 넷플릭스 영화들이 걸어온 것과 비슷한 길로, 스트리밍과 극장이 완전히 대립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내 투자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영화가 결국 베니스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이 과정은, 한국 영화 투자 환경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함께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