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읽기
어제 봉은사에서 키링 하나가 48분 만에 매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쪼개 줄을 섰습니다. 종교 인구는 줄어드는데, 왜 절 앞엔 사람이 몰릴까요.
숫자로 보는 변화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람객은 2023년 7만2000명에서 올해 25만명으로 3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 중 2030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72.1%까지 뛰었습니다. 무종교 방문객 비중도 40.8%, 다섯 명 중 두 명꼴입니다.
판매 공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서울 안국역 인근의 '붓쯔'는 원래 조계종이 운영하던 불교용품점이었습니다. 올해 6월, 이 공간이 굿즈 전문 상설매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조계종 관계자는 "주말에는 줄 서서 들어올 정도로 방문객이 이전보다 4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이나 박람회에서만 접할 수 있던 불교 굿즈가, 이제는 사찰과 상설 매장이라는 실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봉은사에서 공덕키링을 구매한 한 30대 여성은 "불교를 믿진 않지만, 가까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앙과 소비가 분리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서점과 무대로도 번진 흐름
이 흐름은 굿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해엔 아이돌 멤버가 추천한 불교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올해는 고전 소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전자책 플랫폼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측됩니다. 해외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해,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넘긴 일본 스님의 첫 내한 공연이 다음 달 열립니다.
전문가는 뭐라고 말할까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는 이 현상을 "신앙과 종교의 문화적 요소를 소비하는 건 별개의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과거엔 사찰에 가거나 법문을 듣는 게 불교를 접하는 진입로였다면, 지금은 키링 하나, 템플스테이 하나로도 가볍게 발을 들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2030은 종교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디자인, 경험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라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