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에서 시작한 제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처음 시작됐을 때, 실제로 이용 가능한 병원은 전체 대상의 2.7%에 불과했습니다. '반쪽 출범'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이 제도가 왜 이렇게 더디게 확산됐는지 짚어봤습니다.
첫날 210개 병원, 대상은 7,725곳
2024년 10월 25일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 전체 대상 기관 7,725개 병원급 요양기관 중 실제 이용 가능했던 곳은 210개뿐이었습니다.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병원 733개, 보건소 3,490개로 총 4,223개였지만, 시스템 연계가 끝난 곳은 그중 일부에 그쳤습니다. 연내 6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초기 체감 속도는 예상보다 느렸습니다.
EMR 업체와 보험업계, 좁혀지지 않은 비용 이견
확산이 더뎠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병원에서 전송대행기관, 보험사로 정보를 전달하는 EMR(전자의무기록) 업체와 보험업계 사이의 비용 문제였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기존 시스템에 새로운 전송 체계를 연동하는 데 비용이 들고,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참여를 미루는 병원이 많았습니다. 소비자 편익을 위한 제도였지만,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업계 간 이해관계 조정이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약제비 계산서·영수증 전산화는 진료비 관련 전산화보다 1년 늦은 2025년 10월에야 시행됐습니다. 같은 제도 안에서도 항목별로 시행 시기가 갈렸다는 건, 그만큼 시스템 연동이 단순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1년 만에 전체 요양기관으로 확대
더딘 출발과 달리, 2025년 10월 25일에는 의원과 약국까지 포함한 전체 요양기관 10만 5천여 곳으로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같은 해 10월 21일 기준으로 이미 1만 920개 요양기관이 연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초기의 이견과 비용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확산 속도 자체는 이후 눈에 띄게 빨라진 셈입니다.
결국 이 제도의 역사는 '좋은 취지'와 '실행의 어려움'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여 병원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만, 그 뒤에는 시스템 연동 비용과 업계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