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된 세입자 심리
"깎아주세요"가 아니라 "더 올려드릴게요"라는 세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비율은 39.7%에 그치고 나머지 60.3%는 합의갱신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는 최근 전세시장
- 서울 아파트 8월 전월세 계약 중 갱신계약 비중 51.3% — 올해 처음 50% 돌파(7월 46.4%)
- 이 중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39.7% vs 합의갱신 60.3%
- 신규계약-갱신계약 보증금 격차(서울 아파트 전용 59㎡ 중앙값): 1월 3,500만원 → 6월 7,750만원, 5개월 만에 2배 이상 확대
-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1년 새 12.2% 감소(2만3,164건→2만357건)
왜 청구권 대신 합의를 택할까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인상률이 5%로 묶이지만, 합의갱신은 이 상한이 없는 자유 협상입니다. 언뜻 보면 청구권이 항상 유리해 보이지만, 신규 전세 시세 자체가 갱신계약보다 훨씬 비싸진 지금은 계산이 달라집니다. 집주인이 5%를 넘는 인상을 요구해도, 그게 주변 신규 계약 시세보다는 낮다면 세입자 입장에선 이사보다 그 집에 눌러앉는 쪽이 이득인 셈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하나의 임대차 계약에서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소진형 권리입니다. 지금 상황이 시세 대비 나쁘지 않다면 굳이 이 카드를 지금 쓰지 않고, 다음 재계약 때 정말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다만 모두에게 유리한 흐름은 아니다
합의갱신 사례 중엔 임대료가 크게 뛴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만 올린 계약 1,107건 중 74.9%가 실제로 월세가 올랐고, 50% 이상 오른 계약도 100건, 2배 이상 뛴 계약까지 있었습니다. 합의갱신은 법정 상한이 없는 만큼, 매물 품귀라는 시장 상황을 집주인이 협상에 그대로 반영할 여지도 커진 셈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에서는 "청구권을 쓰느냐 마느냐"보다 "지금 조건이 신규 계약 시세와 비교해 실제로 유리한가"를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