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보여주는 쏠림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 통계를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전체 기부금의 약 98%가 전액 세액공제되는 10만원 구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쏠림 현상이 무엇을 말해주는지 짚어봤습니다.
3년 연속 성장, 그러나 편중된 구조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고향사랑기부제 총 모금액은 1,515억원, 모금 건수는 139만 2천 건으로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 대비 각각 132.9%, 164.5% 늘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확실한 성장세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기부금의 98%가 전액 공제되는 10만원 구간에 몰려 있다는 한계가 함께 지적됩니다.
10만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그 이상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제율이 적용되던 기존 구조에서는 딱 10만원만 기부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 이상을 기부하면 초과분에 대한 공제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순수하게 기부 의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10만원을 넘길 이유가 별로 없었던 셈입니다. 결국 제도가 설계된 방식 자체가, 기부자들을 10만원이라는 한 지점으로 몰아넣은 측면이 있습니다.
2026년부터 10만원 초과~20만원 구간의 공제율이 큰 폭으로 상향된 것도, 이런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20만원까지 끌어올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해도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12월에 몰리는 또 다른 쏠림
모금액 쏠림은 금액뿐 아니라 시기에서도 나타납니다. 2025년 전체 모금액의 50.9%가 12월 한 달에 집중됐습니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몰아서 기부하는 패턴이 뚜렷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연말 쏠림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답례품 수급과 품질 관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갑자기 몰리는 주문량을 짧은 기간에 소화해야 하니, 답례품 재고나 배송 품질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
현재는 개인만 기부할 수 있는데, 법인과 단체로 기부 주체를 확대하자는 요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기부 절차와 접수 창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국회에서 개정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0만원 쏠림, 12월 쏠림, 개인 한정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한계를 풀어야, 이 제도가 지역 재정 확충이라는 본래 취지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