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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9 기준

넷플릭스 '스캔들'을 단순히 "2003년 영화 리메이크"로만 알고 계셨다면, 사실 이 이야기의 뿌리는 훨씬 더 깊습니다. 1782년 프랑스 소설부터 시작해 244년에 걸쳐 여러 나라, 여러 매체를 옮겨 다닌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사랑받아온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원작의 원작, 그리고 또 원작

이야기의 출발점은 1782년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입니다. 이 소설은 이후 할리우드에서도 여러 차례 영화화됐고, 2003년에는 한국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옮긴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재탄생해 35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이 영화가 다시 넷플릭스 시리즈로 확장된 것이 지금의 '스캔들'입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조선시대, 그리고 다시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콘텐츠 변천사입니다.

매체를 옮길 때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 1782년 프랑스 소설 —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의 위선과 욕망을 그린 서간체 소설
  • 2003년 한국 영화 —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기며 동양적 정서와 미장센을 더함
  • 2026년 넷플릭스 시리즈 — 8부작으로 확장하며 인물별 서사에 더 깊이 파고드는 구조
같은 이야기의 뼈대를 두고도, 시대와 매체가 바뀔 때마다 강조점이 달라져 온 셈입니다.

왜 하필 지금 시리즈로 다시 만들었을까

2시간 안팎의 영화로는 다 담기 어려웠던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의 결을, OTT 시리즈라는 형식을 빌려 더 촘촘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리메이크의 핵심 노림수로 보입니다. 정지우 감독이 밝힌 것처럼 단순한 멜로 구조가 아니라 인물들의 자아 탐구에 무게를 두려 했다면, 8부작이라는 분량은 그런 시도에 훨씬 유리한 그릇이 됩니다. 최근 글로벌 OTT에서 자국 고전 콘텐츠를 시리즈로 재해석하는 흐름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시도는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됩니다.

캐스팅 계보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원작 영화의 이미숙·배용준·전도연이라는, 당대 최고 배우들의 조합을 이번엔 손예진·지창욱·나나가 잇습니다. 23년의 시차를 두고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같은 이야기를 다시 연기한다는 점 자체가, 이 작품이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하나의 '세대 교체 이벤트'처럼 소비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